11일도 못 기다리고…수천억 드는 법안 '졸속 발의'

입력 2022-07-25 17:37   수정 2022-08-02 15:08


“길어야 2주일이면 비용추계 작업이 완료되는데 그사이를 못 참고 법안을 발의하는 사례가 대다수입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비용추계 없이 법안을 발의하는 의원들의 관행을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25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의원이 비용추계서를 요청한 뒤 예산정책처로부터 제출받기까지 걸리는 회답 기간은 지난해 기준 평균 11일 정도다.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약 2주만 기다리면 비용추계서와 함께 법을 발의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의원들은 ‘시급성’을 내세워 이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법안을 발의하는 사례가 상당수였다. 올초 앞다퉈 쏟아낸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이 대표적이다. 대선과 맞물려 코로나19 피해와 관련된 소상공인 지원이 이슈가 되고 있던 만큼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 의원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이 법안은 상반기에만 8개 발의됐지만 비용추계서가 함께 제출된 법안은 하나도 없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내놓은 소상공인 임대료 지원법의 경우 통과된다면 1390억~278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 등 막대한 예산 지출이 불가피한 법안이다.

나랏돈이 수조원이나 들고 통과가 시급하지 않은데도 비용추계서 없이 발의된 법안도 있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4월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은 자녀가 두 명 이상인 경우부터 적용되는 국민연금 출산크레딧 제도를 자녀가 한 명인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국민연금 크레딧은 출산, 군복무 대상자에게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추후 비용 추산에 따르면 법안이 통과될 경우 2051년부터 2060년까지 총 15조4489억원, 연평균 1조5449억원이 들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 의원은 발의 당시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 않고 비용추계 요구서만 냈다.

한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많은 의원과 보좌진이 법안 발의는 어차피 초기 단계고 심사 과정에서 수정될 것이라고 생각해 발의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하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의원들이 이슈가 있을 때 빨리 법안을 내놔야 주목받기 때문에 비용추계요구서만 첨부하고 발의하는 경향도 있다”고 말했다.

의원 입법도 정부 입법과 같이 법안을 발의하기 전에 비용추계서와 함께 재원 조달 방안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법이 해결책으로 거론된다. 법제처 관계자는 “정부 입법의 경우 미리 비용을 추산하고 재원 조달 방안까지 마련해야 해 쉽게 법안을 내기 어렵다”며 “의원 입법이 무분별하게 발의되는 걸 막기 위해서는 이 같은 방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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